적용점

나 관찰하기, 더닝-크루거 효과를 중심으로

독서가 디노 2022. 6. 24. 02:57

우선 더닝-크루거 효과는 인지 편향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출처:위키피디아)

 

 나는 군 시절, 꽤나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사용했다. 대략 머릿속으로 세어보면 21개월에 걸쳐 약 50권 정도 읽은 것 같다. 그 덕분에 군 시절 업적을 이야기할 때면 무지몽매했던 나를 삽시간에 탈피하고 꽤나 큰 성장을 이뤄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 깨닫게 된 사실은 내가 그곳에서 경험한 건 특별히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무반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북카페로 내몰렸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그동안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전역 후에는 독서를 하지 못했다. 나는 이게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고보니 사회에는 나를 묶어두는 공동체가 없었으며, 회피해도 나무라는 선임자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독서할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전역 후의 시간을 회상해보면 군 시절의 절반은 커녕 1년에 두 세권 읽을 정도였을까, 이 마저도 짧은 단편의 책이나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으로 채워나가기 바빴다. 나는 지금까지 이게 잘못된 악순환 중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책벌레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싶어서 책을 많이 주문했으며, 때로는 가방에 책을 넣어다닌다거나 들고 다니는 기이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그렇게 책은 쌓여갔고 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또래보다 많은 책을 읽는다,라고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허나, 이 시간을 기점으로 나를 깨부수고자 한다. 잘못된 도식을 바꾸고, 그 과정 속에 발생했던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뚫고 지식의 바다로 몸을 던지고자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부족해 보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것이 옳은 방향이기 때문에 독서를 다시금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결국은 다시 상승할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추가로 '독서'습관에 관한 자의식을 해체하고 인정하는 것을 너머, 나는 지속적으로 이곳에 나를 해체하러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한 꺼풀 벗겨낸 나의 모습을 글에 담아내고, 그곳에 어떤 것이 자라길 원하는지 계속해서 적어낼 생각이다. 오늘의 목표는 이 과정을 담아내는 글쓰기를 유지하는 것과, 독서 이 두 가지이다. 내가 계속해서 실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