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점

배우, 다양한 세계와 시간을 넘나드는 직업

독서가 디노 2022. 2. 5. 22:58

 최근 '이태원 클라쓰'를 봤다. 웹툰이 아닌 드라마로 보게 됐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기획한 작가도 대단했고, 캐릭터를 자신의 삶에 담아낸 배우들의 실력도 상당했다. 연신 감탄하면서 순식간에 15화까지 몰아봤고 이때문에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푹 쉰 후에도 마지막 화를 보기가 망설여졌다. 홀로 지내는 집에, 등장인물들이 서성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화를 보면 정말 혼자가 될까봐, 그리고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다' 고 재차 확인하는 꼴이 될까봐 두려웠다. 그런 시간 속에 갇혀서 상상했다. 이후의 삶과 화면에 담기지 못한 시간을 그렸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러나 이렇게 분주한 마음을 가진채로는 잠들 수 없어 그들을 떠나기로 했다. 나는 그들로부터 도망치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우리들의 마지막을 목격했다. 이제는 떠나야만 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 상상을 돌이켜보니 나는 미래보다는 과거를 그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도 홀로 했던 생각과 마지막 화의 내용은 크게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지만 끝나고 여운이 남았다. 너무나도 조용한 방 안에 홀로있다는 사실이 유독 사무쳤다.

 

 이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을 살고 있을 때 배우들은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수 많은 가능성들을 만나는 직업.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갈 수 없는 그들의 세계.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각자의 분야가 있을테니까. 이렇게 지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언젠가 읽은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글쓰기란, 공간을 채우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을 채우는 작업이라고. 그걸 믿기에 이 곳에 그들의 이야기를 채울 수는 없어도 함께하는 시간을 채울 수 있다고 믿으니까. 언젠가 이 시간이 내 공간을 바꿀 것이다. 그때는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이 나를 감쌀 것이다.